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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124호][칼럼] 의사들에게 바라는 것
작성자 관리자 (2013.02.20 12:25) 조회수  1740

의사들에게 바라는 것

 -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작년 8월 세계 1위 제약회사 파이저(Pfizer)는 뇌물 혐의로 미국 정부에 60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파이저가 뇌물을 준 의사들은 중국, 러시아, 크로아티아 등 8개 나라 소속이었다. 여기에는 정부 위원회 의사들에 대한 매수, 학회 명목의 공짜 해외여행, 병원에서 처방되는 파이저 약 매출액의 5%를 의사들에게 주는 프로그램 등 갖가지 뇌물 형태가 포함됐다.

뇌물로 문제가 된 제약회사가 파이저만이 아니다. 또 다른 거대다국적 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작년 7월 미국 정부로부터 30억달러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도 미국 의사들에 대한 뇌물 혐의가 포함됐다. 공짜 학회여행 장소가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버뮤다와 자메이카로 바뀐 것 외에는 뇌물형태도 짜맞춘 듯 거의 같다. 존슨앤드존슨과 비엠에스도 최근 같은 문제로 처벌을 받았다. 2년 동안 세계 10대 제약회사 중 4개가 전 세계 의사들에게 뇌물을 줘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가 자정선언을 하면서 리베이트가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항변한 것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2011년에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를 ‘시장경제하에서 어디에나 있는 거래형태’라고 주장하고 쌍벌제를 위헌소송에 부치겠다고 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번 자정선언은 큰 진전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크다. 우선 자정선언과 동시에 쌍벌제의 사실상 폐지를 주장한 것은 자정선언이 쌍벌제 폐지를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쌍벌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 일체 금지’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쌍벌제가 없어져 처벌을 받을 염려가 없게 되면 제약사 영업직원들을 다시 만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의약품을 선택하기 위해 의학저널만으로는 부족해서 영업직원들을 만나는 걸까.

또 의사협회가 말하는 구조적 원인, 즉 ‘정부가 약값을 높게 책정’해서 리베이트를 할 돈이 생겼으며 ‘국내 제약회사들의 오랜 관행’이고 ‘수가가 너무 낮아’ ‘의약품 리베이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이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의학저널의 편집국장을 지낸 마르시아 안젤에 의하면 다국적 제약회사의 마케팅 비용(국내 제약사도 비슷하다)은 매출액의 35% 정도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고 이 중 가장 많은 비용이 의사들에게 쓰인다. 의사들은 높은 약값의 수혜자이지 그 ‘피해자’가 아니다. 국민들의 심정은 한 시민단체 활동가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나도 한번이라도 그런 ‘피해자’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또 의사들의 소득이 높은데도 의사들이 저수가 탓에 뇌물을 받는다고 말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해를 할까?

국민들은 의사들이 가난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사회 윤리선언(2006)의 일반적 의무 제3항과 6항의 내용, 즉 “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을 이유로 금전적 이익이나 다른 이득을 취해서는 안”되며 “이익에 의해 의사의 판단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일 뿐이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쌍벌제가 “제약사의 정당한 마케팅과 의사의 정당한 연구참여”를 막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정’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의사들에 대한 뇌물은 구조적인 것이다. 그 뒤에는 거대 제약회사와 각국 정부의 유착이 있다. 특허를 강화하고 약값 결정에 제약사가 간섭하게 한 한·미 FTA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의사들이 이 구조의 수혜자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국민과 함께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월 16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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