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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125호][칼럼] 그래, 봄이다. 꽃구경 가자!
작성자 관리자 (2013.03.13 09:16) 조회수  1782

그래, 봄이다. 꽃구경 가자!

 - 김진국(대구경북 인의협, 생명문화연구소 소장)
 
참 추운 겨울이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오지랖 넓은 호들갑이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툭툭한 겉옷을 헤집고 속살까지 파고드는 바람은 차고도 매서웠다. 그래도 한강물까지 꽁꽁 얼던 아득한 그 시절에 견준다면 그리 추운 겨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사방팔방 밀폐된 아파트에 갇혀 사는 탓에 사람들의 추위에 대한 내성이 떨어진 탓에 지나간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는 것. 어느새 웃옷이 무겁다고 느껴질 만큼 온기를 담은 미풍이 분다. 상큼한 봄 냄새까지 실어서…. 

사람의 일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나누어보면 어떻게 될까? 니체는 사람의 일생을 사계절로 나누어서, 20대를 인생의 여름, 30대를 인생의 봄, 40대를 인생의 가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의 인생은 겨울인가? 아니다. 니체는 단지 ‘희망 없는 불모의 질병’을 앓는 세월이 있을 뿐, 인생의 겨울이란 건 없다고 했다. 수천 년 동안 서구사회를 지배해 왔던 신의 목을 한칼에 따 버린 니체의 눈에는, 자신이 사망선고를 내린 신의 가호에 의지한 채 남루한 삶을 이어가는 노년의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늙은 몸이 의사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차하게 이어가는 것은 경멸 받을 짓이라고 허무와 냉소로 가득찬 독화살을 날린다. 실지로 니체 자신에게는 인생의 겨울은 없었다.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다가 50을 갓 넘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으니, 자신의 말에 스스로 책임을 진 셈이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대선으로 또 한 시대가 저물었다. 새로운 시대는 절묘하게 기대와 좌절이 팽팽한 균형을 이룬 채 시작되었다. 선거가 끝난 뒤 모든 언론의 분석은 엇비슷했다. 기대와 좌절의 균형추가 기대 쪽에 무게가 더 실린 것은 ‘5~60대 노년층’의 표심 때문이라고. 니체가 죽은 지 한 세기가 지났고, 세상이 달라진 탓에 니체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9988’을 외치고 다니는 요즘도 50대부터는 여전히 노년층으로 분류가 되는 모양이다. 사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과는 상관없이 이 시대의 5~60대 상당수가 희망 없는 불모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노년의 여유로운 삶은 없고 ‘노인문제’가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어 있다.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정도로.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란 일종의 청부업인 셈인데, 청부업자로서 우리나라 정치인은 계약이 성사되고 나면 곧바로 말을 바꾸고 배신을 일삼는 속성이 있다. 5~60대의 기대를 한껏 받아 출범한 새정부가 과연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벌써부터 배신의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진료비는 100% 정부가 부담 하겠다”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많은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특히 온갖 질병을 인생의 반려자처럼 안고 살아가야하는 노년층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공약이었다. 그런데 인수위 시절부터 말이 슬금슬금 바뀌더니. 노년의 삶을 정말 희망 없는 불모의 질병을 앓는 세월로 만들어버리려는지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신뢰할 만한 확답이 아직 없다. 

정녕 인생의 겨울은 없는가? 재생과 부활의 기약이 없는 불모의 삶인가? 아니다. 겨울은 있다. 잎 떨군 겨울나무가 깡마른 맨살로 북풍한설을 꿋꿋이 견뎌내야만 다시 꽃피고 새가 날아드는 봄이 찾아오는 것 아닌가? 스스로를 버림으로써 새 생명을 키우는 꿈과 희망은 겨울나무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인생의 겨울은 봄을 부른다. 그래! 봄이다. 꽃구경가자. 복사꽃 피는 마을로. 거기가 바로 무릉이다! 늙고 병든 오매, 아배 등에다 업고 산으로 들로 꽃구경가자. “새는 울고 꽃은 핀다. 절망할 수 없는 것조차 절망하지 말고…. 

이 글은 3월 11일자 경산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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