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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문의약품 광고, 의사가 '처방' 하지 않으면 그만?
작성자 관리자 (2011.01.10 14:44) 조회수  2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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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의사들이 '약 광고'를 무서워하는 진짜 이유는…
[기고] 전문의약품 광고, 의사가 '처방' 하지 않으면 그만?
기사입력 2011-01-10 오후 12:32:30

    
2012년 어느 날 폐암으로 진단된 OOO 환자가 A 제약 회사 제품인 X 항암제를 써 달라고 나에게 부탁한다.

이 환자의 나이와 상태 등을 고려하면 Y 약제가 더 좋겠지만, X 약제도 사용할 수 없는 약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Y 약제를 사용하려면, 환자에게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이고 잘못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냥 X 약제를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기로 결정한다. 그 환자는 혈압약으로는 유명 탤런트가 광고하는 Z 약제를 써 달라고 한다. 나는 혈압약도 환자가 원하는 대로 Z를 처방해준다. 물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가 될 정도의 처방은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위와 같은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전문의약품 광고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의약품은 환자가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의사가 처방을 하여야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즉, 광고를 보고 환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의학지식이 있는 의사가 그 약을 '처방' 하지 않으면 구입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의 광고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야말로 무조건적으로 더 많은 상품이 팔려, 더 많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기업 마케팅의 일부다. 그래서 더 많은 소비를 위하여 기업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퍼 붓는 것이 바로 '광고 시장' 이다. 그리고 의료 분야를 이 광고 시장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침인 것이다.

전문의약품의 광고는 당연히 전문의약품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전문의약품 광고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환자가 의료진에게 특정 약제의 처방을 요구하도록 할 것이다. 물론 이 약제를 처방하는 목적은 환자가 건강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광고를 낸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의사가 처방하지 않으면 그만" 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1시간 대기 5분 진료가 일상화된 나라에서 환자가 요구하는 약제가 환자에게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그 약제가 환자에게 전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된다면 어떻게든 설득을 하여 처방을 하지 않겠지만, 위의 경우처럼 최선의 약제는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약제라면 의사는 그대로 처방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여러 사회적 이유로 의사의 도덕적 권위가 실추된 여건 속에서 환자의 의견과 다른 의학적 권유를 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나 자신에게 자문하여 보아도, 광고를 많이 하는 약제를 더 많이 처방할 것이 틀림없다. 환자의 건강이나 약제의 우수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한국에서 정치인 다음으로 욕을 많이 먹는 집단이 의사이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건강이 일차적인 관심사이다. 반면 기업은 이윤 추구가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환자에게 사용할 의약품을 의료진과 제약 회사 중 누가 결정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할까?

경제적인 부분을 한번 검토해 볼까? 분명히 전문의약품 광고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생기게 될 것이다. 광고를 개제하는 대중매체와 광고 회사는 매출이 증가할 것이다. 광고를 거의 도맡아 할 다국적 제약 회사의 매출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증가될 '이윤' 은 어디에서 나오게 될까?

일부는 의약품 광고 시장에서 도태되는 국내 소규모 회사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전문의약품 광고의 허용은 제약 회사의 독점화를 더 확대시키고 국내 소규모 제약 회사들의 입지를 더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할 사람들은 소비자, 즉 환자들이 될 것이다.

즉,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우리 국민들은 의학적 이유와 상관없이 더 비싼 의약품을 더 많이 찾게 되어 더 많이 소비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의료비 증가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도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32% 가량이 약제비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이 더 많이 지출한 의료비가 대중매체와 광고 회사 및 다국적 제약 회사로 흘러가는 것이 전문의약품 광고의 경제적 효과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결국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 혜택 범위를 줄이거나, 병·의원에서 신청한 보험 급여를 삭감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문의약품 광고는 일부 언론과 광고 회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국민의 건강을 아무런 안전망 없이 희생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유영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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